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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의 드림팀’ 이끌고 말러 교향곡의 세계로
▲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말러 교향곡 6번을 지휘하고 있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이클라세 제공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인 스위스 루체른은 21세기 새로운 ‘말러의 성지(聖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지낸 명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2003년부터 매년 여름 이곳에서 ‘말러 순례’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2003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아바도는 그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시작으로 2004년 교향곡 5번, 2005년 교향곡 7번, 지난해 교향곡 6번까지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교향곡 6번 연주 실황이 DVD 영상물(유로아츠)로 국내에도 소개됐습니다.
이 축제를 위해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오케스트라의 드림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아바도 자신이 창단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콜리아 블라허(바이올린), 나탈리아 구트먼(첼로), 엠마누엘 파위(플루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자비네 마이어(클라리넷) 같은 명 연주자들이 수석 연주자로 대거 합류했습니다. 최근 베를린 필의 수석인 파위와 마이어 등이 빠졌지만, 수석급 단원의 면면(面面)만으로도 ‘클래식 음악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말러 교향곡 2·5·7번 연주에 비하면, 이번 교향곡 6번은 다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아바도는 이번 연주에서 모든 걸 세세하게 조정하거나 통제하기보다는, 단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흐름을 맡기는 편입니다. 2악장에서 자비네 마이어의 클라리넷에는 애절함과 우아함이 공존하지만, 전체적으로 목관 라인에 윤기를 더했으면 하는 바람도 남습니다.
아바도가 지난 2000년 위암 수술을 받고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 자리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지금처럼 왕성한 활동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한 팬들은 적었습니다. 수술 뒤 훨씬 더 핼쑥해졌지만 아바도는 청소년 음악 교육과 이 페스티벌에 공을 들였고, 오히려 베를린 필 재임 당시보다 더 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교향곡 6번 연주가 끝난 뒤, 루체른 페스티벌의 콘서트 홀은 30여 초간 고요한 침묵에 빠져듭니다. 그 누구도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지르지 않고, 아바도 역시 지휘봉을 천천히 내리며 환한 미소로 단원들을 바라봅니다.
곡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를 치기보다는, 그 여운까지 충분히 즐기려는 모습입니다. 음표 못지않게 쉼표가 중요한 것처럼, 때로는 환호 못지않게 침묵 역시 의미 있다는 걸 일러주는 장면입니다. 77세의 노(老) 지휘자가 걷고 있는 말러 순례 때문에 전 세계 음악팬들은 초조함과 반가움, 흥분이 뒤섞인 상태로 매년 루체른을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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